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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콘크리트,화재엔 무방비=지난해 2월12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시 중심부에 위치한 32층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건물 위쪽 6개층 이상이 무너져 내렸다. 조사 결과 불에 약한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한 점이 여러 붕괴 원인 중 하나로 밝혀졌다.
콘크리트학회 내화위원회에 따르면 2005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40여개의 초고층 건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대부분은 기둥 부피를 줄이려고 강도가 일반 콘크리트보다 최대 5배까지 센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밀도가 높은 고강도 콘크리트는 화재 때 내부 수분이 빠져나오지 못해 위험하다.
일반 콘크리트는 내부 수분이 수증기로 변해도 콘크리트 입자 사이로 빠져나올 수 있지만 고강도 콘크리트는 빠져나오지 못해 수증기가 한번에 터져나오게 된다. 이때 콘크리트가 폭파되듯이 떨어져나가고 철근이 열에 노출된다. 철근은 열에 약해 구조물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화재가 2시간 이상 지속되면 건축물이 붕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화여대 건축학과 신영수 교수팀이 지난 5월 실시한 화재실험 결과 고강도 콘크리트는 일반 강도 콘크리트보다 화재 뒤 손상 정도가 30∼50%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규제조항 신설 필요=세계적으로 고강도 콘크리트 사용은 1990년 초부터다. 국내에서는 90년대 후반 건축에 첫 사용된 이후 10년이 다 돼 가지만 현재 고강도 콘크리트에 대한 규제 조항이 전무하다. 일본은 콘크리트 강도 60MPa(메가파스칼) 이상의 경우 폴리프로필렌 섬유를 섞어 폭렬현상을 방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도 내화도료,내화패널 등을 덧대 고강도 콘크리트를 열로부터 보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고강도 콘크리트 규제조항을 신설하기 위해 지난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한 상태다. 하지만 건설기술연구원측은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고 몇달 안에 결과가 나오긴 힘들다”고 밝혔다.
건설회사들은 관련 조항이 마련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고강도 콘크리트가 화재에 약하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법령이 없는데 돈 들여 내화처리된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호서대 권영진 교수는 “고강도 콘크리트가 불에 약하다는 주장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나왔던 것”이라며 “관련 규정을 빨리 정비해 대형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