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번에 약2개월 공부해서 합격했지만, 그 이전에 하루 4시간씩 자면서 5년을 공부하고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과거 첫번째 시험은 56점이었는데, 5년째 되는 마지막 시험은 40점대 초반이었습니다. 

3년째 되는 해, 한 건축기술사가 제게 잠시 쉬라고 권유하더군요. 그만큼 (열심히) 공부했는데 안되면 근본적인 문제가 있고, 

그것은 쉬어야 보일때가 있다고. 그러고도 2년을 더 하고서야 결국 포기했습니다.

원인분석을 여러가지로 해봤지만, 결정적인 깨달음은 최근 3년간 대학에서 강의와 채점을 해본 경험입니다.

몇 안되는 학생들의 답지인데 잘 안보게 됩니다. 

항간에 기술사 채점위원들이 답지가 많아 대충보고 지나간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양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냥 대충 한눈에 봐도 이친구가 내 강의를 얼마나 집중했는지, 묻는 질문에 얼마나 충실한지 그냥 보입니다. 

일일이 읽어야 보이는게 아닙니다. 답지가 기술사 형식이 아니더라도, 몇가지 읽히는 단어만으로 질문에 얼마나 충실한지가 보입니다.

과거의 제 답지를 반추해보면, 첫번째 시험은 공부를 한것이 없으니 내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했다면,

5년째 되는 해의 답지는 묻는 질문과 관련해서 제가 공부한 내용, 외운 내용을 이만큼 안다고 적어냈던 것입니다.

첫번째 시험본 실력(자세)에서 조금씩 키워드만 늘려나갔더라면 언젠가는 합격했겠지요.

하지만 저는, 출제자와 채점자의 실력만 의심했고, 글씨 느린 탓만 하면서 그 해결책에만 급급했었던 것입니다.

즉, 원인은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닌 내가 쓰고싶은 것을 썼다는 점과,  연습답지 만큼 시험장에서는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금번 공부할 때는 몇가지 원칙을 정하고 지키고자 했습니다.

첫번째와 관련해서는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인지를 항상 고민했습니다.

설사 내 입장에서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 하더라도 채점자 입장에서는 아닐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공문제지만 설계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차별화는 그닥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두번째와 관련해서는 학원에서 시키는데로 한게 일단은 주효했고, 

항상 시험장에서 쓸수 있는가를 생각하며 답지를 구성했습니다. 소화하기 힘든 용어, 세트로 외워야 할 키워드 등

가급적 외워서 써야할 키워드는 만들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즉, 중제목 소제목에서 구호적인 단어들을 써주면 그걸 하위단계에서 다시 한번 설명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외워야 할께 많아지고 시험장에서 기억날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급적 하고싶은 말의 핵심을 최대한 상위 제목에서 나타내고 점(.) 이하는 굳이 보실 필요 없습니다 라는 심정으로 연습했습니다.

저는 과거 5년동안 4~500개의 문제를 풀고 그걸 압축에 압축을 했지만, 시험장에서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요약본만 다 외우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압축한 걸 시험장에서 다시 이야기로 풀어내지를 못했습니다. 

요약에 요약 하는 것은 그 과정에 의미가 있습니다. 요약한지 1~2년 지났으면 그것은 이미 내답지가 아니라고 보셔야 합니다.

즉, 혹시 장기전으로 들어가시는 분이라면 절대 문제수에 연연하지 마시고, 모범답지는 최대 100개(가급적 50개) 이내로 제한하시고.

그 시간에 실전연습과 잘 모르는 분야(또는 특기로 삼을 분야)에 대한 책이라도 읽어두시는게 훨씬 낫습니다. 저는 요번애 안돼면 표준시방서, 설계기준을 쭈욱 한번 읽어보려고 했습니다.

-------------------- 이제 성공한 이야기 -----------------------------

금번 시험에서는 사실 2월에 합격할 것이란건 아예 기대도 안했습니다.

아직 공부량이 양적으로 부족해서 단답형에 치중하고 있는데, 정상아교수님이 논술 내라고 하셔서 일주일에 한두 문제라도 풀어서 냈고,

모의테스트 치르라고 해서 치르고, 스터디에서 또 많은 용기와 위안도 얻었습니다.

스터디에서의 모의테스트는 첨에 참석 안하다가 두주 정도 남기고 참여했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된거 같습니다.

-------------------- 시험 치를때 ----------------------------------

사실 1,2교시를 치르면서 어~ 잘하면 합격하겠는데~ 그랬습니다.

그런데 특히 4교시에서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두꺼운 알파겔 볼펜 쓴 것과 무리한 악력운동이 겹쳐 탈이 나서 시험 준비하는 내내 고생했었습니다.)

시간도 다쓰지 않았고, 그냥 딱 묻는 질문에만 답하느라 10.5페이지만 쓰고 나왔습니다.(합격하면 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총점 175점으로 1,2교시 점수를 크게 잡아먹지는 않았더군요.

짧더라도 묻는 질문에만 충실하면 합격점수는 아니더라도 그 근방의 점수는 준다는 사실이지요.

수경시설에서 경험을 넣으라고 말씀해주신게 문뜩 생각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고,

스터디에서 설계변경 문제를 계속 내주신게 클레임 문제를 편하게 풀수 있었습니다.

------------------- 학원을 다니는 것 ----------------------------

학원을 다니는 것이 자칫 공부시간의 절대량을 잡아먹는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혼자 공부하는 것이 정말 열심히만 한다면 공부량은 더 많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혼자 공부하는 것은 자칫 자기만의 세상에 빠질 위험이 큽니다.

공부한 문제가 아니면 (공부한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으면) 답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모범답지도 교수님께 체크를 받아야 모범답지가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험볼 때 잘 쓸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저는 요번 시험에서 제대로 준비된 문제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과거의 실패사례에서는 비슷한 문제가 나와도 똑같이 나오지 않으면 제대로 답을 할수 없었습니다.

요번에는 공부할때 포기했던 문제를 어쩔수 없이 풀었는데도 무리없이 답안을 작성할수 있었습니다

즉, 확장성, 탄력성 있는 공부를 위해서는 학원을 다니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점.

과거, 2월 시험과 5월 시험을 연속적으로 학원을 계속 다녔더라면 첫해에 합격했을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장황한 글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드리고,

모두들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